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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코엑스에 들렀다가 운동하러 양재천을 지나는 데
쩌렁저렁한 스피커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무슨 행사하는감?
어랏 영화상영을 하네.
알고보니 강남구청에서 '양재천 가족시네마'라는 타이틀로 사진에서 보듯
야외상영 행사를 마련한 것이었다.
어제는 트로이, 오늘은 슈렉2.
둘 다 안 본 것인디.
잠깐 자전거를 세우고 구경을 하면서 문득 어릴 때 생각이 떠 올랐다.
군청에서 1년에 한 두번 큰 야시장 행사를 진행하면 시장 한 가운데 천막을 빙 둘러놓고
조악한 스피커와 영사기로 영화를 상영했었다.
뻥 뚫린 천막 위로는 푸르스름한 하늘에 별빛이 반짝이고 달은 휘영청 밝게 비추고 있었고...
기억나는 것은 나중에 안 것이지만 성룡의 취권과 어떤 만화영화를 보았는 데 왜케 재미있던지.
만화 영화의 사운드는 항상 똑 같았다. 로봇의 가슴에서 광자빔이 나갈 때는 '빠라빠라빠라빠라~~',
전투기가 날아갈 때는 '휴~이이이, 휴~이이이', '나쁜 로봇 주먹에 한 방 맞을 때는 시원하게
병뚜겅 따는 소리가 도돌이로'...
입장료는 300원.
당시에는 '엄마 100원만~'하던 때라 낮부터 어머니를 졸랐었고 방청소, 아버지 구두닦기 뭐 이런 걸로 돈을 모아
친구들이랑 바쁘게 약속을 잡았었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면 12시가 넘었었는 데 12시가 넘었다는 것 자체가 약간 무서웠었다.
지금은 9시 뉴스 전에 애니콜이 현재 시간을 알려주지만 그 때는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자
고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시그널과 함께 화면에 나오는 어린이 그림처럼 무조건 자야하는 줄로만 알았다.
암튼 별 일 없는 마을에 그런 행사를 하면 아이들은 들뜨고 그랬었는 데
오늘 여기 나온 아이들도 그런 느낌일까?
뭐, 세월도 많이 흘렀고 어린 애들도 인터넷을 하는 시대, 더구나 서울 한 복판이라 그렇진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잠 못 이루는 이 열대야는 언제쯤 끝이 날런지.
- 2004/8/11, 내 홈피에 올렸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