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연말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 이날 대여섯 시간 동안 전기자전거와 함께 배달 라이딩을 무탈하게 마쳤다.
몸은 여러 방한 장비로 대비하거나 참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 충/방전 문제가 제일 큰 걱정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충전이 안되거나 갑자기 꺼져버리면 배달 일 자체를 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음식 값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배민의 경우 영하 5도서부터 한파 할증 1천 원이 추가된다.
왜 -5도일까?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의 아이폰도 -4~-5도 근처까지는 거치대에 생폰으로 노출되어도 충/방전 문제가 없다. -6도서부터 역충전 현상이 발생하거나 비대면 사진 촬영시 5~8%씩 한 번에 뚝뚝 떨어진다. 손님과 전화라도 한 통 하고나면 10%씩 툭~ 떨어져 있기도 했다. 한 번은 식당에서 픽업했더니 갑자기 1%가 남은 상태가 됐고 1.2km를 이동해 "도착시 전화주면 나오겠다"는 케이스의 아찔한 경우도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이리저리 연구해 봤고, 핵심은 차가운 외풍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
군 복무 시절 혹한기 훈련 때 야외 진지에서 웅크린 상태로 하룻밤을 지내야 했는 데 야상 속에 신문지 하나 찢어서 구석구석 껴주기만 해도 금새 따뜻해짐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그런 원리로 여름에도 한 번도 사용 안 해 본 터치되는 방수팩(슈피겐 제품이다)을 찾아내 속에 미니 핫팩(90g)을 넣고 보조배터리로 상시 충전하며 라이딩 했더니 영하 15도 한파 속에서도 60~80%를 왔다갔다하며 잘 버텨주었다.
sp커넥 부럽지않은 다이소표 찍찍이
거치는 기존 거치대와 방수팩 후면에 사진처럼 다이소표 찍찍이를 부착해 해결했다. 툭 올려두기만 해도 잘 붙어있고, 라이딩시 여러 안 좋은 노면 상황에도 견고하게 잘 붙어있다. 1천 원짜리 찍찍이인데도 고가의 sp커넥이나 쿼드락 시스템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핫팩은 딱딱해지지만 않았다면 매번 새걸로 갈아줄 필요는 없다. 그냥 미지근한 상태로 스마트폰 바닥에 두기만 해도 방석의 역할을 해 준다.
배달 중에는 몰랐지만 낙엽 떨어진 도로 위 겨울비에 외관상 몰골이 말이 아니다. 콘트롤러는 지퍼백으로 감싸고, 배터리 충전 단자만 테이핑 처리해 주면 별다른 문제는 없다. BMS박스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허브 모터도 상단 짐통이 처마 역할을 해줘서인지 생각보다 빗물을 잘 막아준다.
복귀 후 솔로 문지르며 깨끗이 물세차
깨끗 깨끗
방에 들여 잘 말린 후 구동부에는 wd-40 방청제를, 체인은 체인 오일만 도포한 후 충전하면 다시 출동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