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컴퓨터2016. 4. 25. 03:28

 

 

갑자기 PC가 뻗은 상태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동원.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CPU 덮개를 열고서
'뭐 없나~'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데...

 

 

 

 

앗, 저거슨~
오와 열을 이탈한 핀 하나가 눈에 딱!
전율이 인다.

저것이 문제였기를...

 

 

새벽, 여느 때와 같이 웹서핑 중 갑자기 랙 걸린마냥 '디디디디디디...'하는 사운드와 함께
화면은 정지하고 모든 PC기능이 멈추었다.
처음보는 현상.

 

본체 리셋 스위치를 누른다.
어윽~ 메인보드 비프음이 '띠띠띠띠띠띠.....'하며 무한반복.
CMOS로 진입조차 하지 않는다.

 

촉이 좋지 않다.

 

찰나의 순간 많은 것들이 떠 오른다.

조립PC 매니아들은 알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을.

 

무한 삽질과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 예고.
무방비 어택에 따른 데이터의 안위와 비용 발생 유무에 대한 걱정.

 

정신을 차리고
하나하나 정리한다.

 

비프음의 무한반복은 하드웨어 장치들의 연결에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증상.
본체를 열어보니 먼지가 가득.
CPU쿨러는 보기만 해도 답답, GPU쿨러도 마찬가지 먼지가 떡이 되어있다.

 

집 밖으로 나가 깨끗하게 청소 후 조립. 

재부팅. 실패.
메모리 하나씩 분해. 실패.
TV수신카드, HDD, ODD, 달려있는 것 모두 차례대로 탈거. 실패.
메인보드 CMOS초기화. 실패
마지막 CPU를 떼어내니 그제서야 비프음이 나지 않는다.
당연하겠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원인이 확실하면 그것만 해결하면 되는 데...
내일부터 선인상가 들락날락 하게 생겼군.
지루한 시간들이 시작되겠어.

 

이참에 평소 꿈꾸던 스카이레이크, SSD, GTX...

새 PC로 맞춰?

아니야, 그럼 안돼. 아직은.



마지막으로 어질러진 부품 정리하면서
부질없는 줄 알지만 메모리 뱅크 쪽을 한 번 살펴본다.
예전 아래와 같은 황당 사례가 있었기 때문.

 

8만원짜리 이쑤시개? 풀뱅크 메모리 구성기.
http://pdfman.tistory.com/439

 

하지만 사용중 갑자기 먹통이 되었기 때문에
그때처럼 핀 휘어짐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CPU가 타버렸을까?

CPU덮개를 열고 이상 유무를 육안으로 확인했으나 이상 없다.


이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의장대 군인마냥 오와 열이 정렬된 CPU 접점 핀들이 너무 예쁘게 보여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데
앗! 오와 열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핀 하나 발견.

 

심쿵했다.
저 놈이 문제였기를.
다시 희망에 차오르며 자연스레 모든게 해결되는 그림이 상상된다.

 

 

 

 

작업도구로 이쑤시개가 제일 좋은 데 찾아봐도 안보이는 군.
아이폰 배터리 교체시 사용한 플라스틱 막대로 살포시 건드려 본다.
살짝 건드렸더니 제자리를 잡는다.
퍼팩트!

 

 

다시 재조립 후 전원을 넣으니 기분좋게 부팅 시작.

이야~ 이럴 수도 있구나.
스스로 대견해 하며 PC 한 대 값 번거 같은 기분에 우쭐해 진다.

 

하지만...


윈도 암호 통과 뒤 잠시 후~ 픽!
다시 다운. 이 뭐.
아 반전이다.


다시 본체를 열고 CPU쪽을 살펴보려는 데
이번엔 CPU쿨러 4개의 고정 다리 중 하나가 살짝 들려있었다.
이것 때문에 쿨링이 제대로 안되어 뜨거워진 열로 다운되었을 듯.
이 또한 반전일세. 

 

다시 제대로 고정한 후 부팅시도.

윙~~ 윙~~

모든 게 정상동작한다.

정말 어떻게 CPU핀이 사용중 휘어졌는 지 당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너무나 당연히 무심코 사용하던 PC가
이렇게 핀 부품 하나의 접점, 쿨러의 작은 밀착 불량에도
사용이 불가해질 만큼 정밀하고 까탈스런 기계였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달밤에 체조 한 번 거하게 했군.


 

 

 

 

Posted by pdfman